스페인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만났고 고맙게도 프랑스에 살던 짝꿍이 나를 위해 한국으로 와줬다. 그래서 스페인은 크리스마스 때나 혹은 어쩌다 여름휴가 때 시댁을 방문하기 위해 가본 게 전부였다. 물론 10여 년 전에 혼자 배낭을 메고 3주 정도 스페인 전역을 여행한 적이 있지만 세월이 꽤나 흘러 그 기억도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지 않으면 가물가물할 정도다.
그런 내가 이렇게 갑작스레 스페인에 가서 살게 되다니! 물론 맨날 말로는 짝꿍에게 언젠가는 스페인에 가서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양쪽 나라에서 살아본 후, 우리가 평생 살 곳을 정하는 게 공평한 거라고 허공에 대고 주장하곤 했다. 그런데 그 말을 지켜야 할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예상치도 못했던 펀치를 얼굴에 맞은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와 짝꿍이 스페인에 가서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나는 적극적이었고 짝꿍은 소극적이었다. 아니! 어째 한국 사람인 나보다 더 한국을 좋아하는 건지... 짝꿍은 지금 가족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데 왜 스페인으로 가야 하냐며 오히려 나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론은 나의 승! 왠지 지금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영영 스페인에 가서 살아보지도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스페인에서 살게 된 곳은 시댁이 있는 바르셀로나가 아닌 포르투갈 근처에 있는 비고라는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한 도시이다. 내가 그토록 걷고 싶던 산티아고 순례길 중 포르투갈 길이 이 도시를 지나고 내가 좋아하는 뽈뽀도(스페인식 문어요리) 이곳에서 탄생한 음식이라고 하니 그 두 가지 만으로도 그곳에 살 이유로 충분하다.
나를 위해 먼 한국까지 와준 짝꿍을 위해 내가 그동안 열심히 비자 신청하랴, 은행 계좌 신청하랴, 핸드폰 개설해 주랴 수도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동분서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짝꿍아 우리 이제 스페인 가면 네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줘야 한다.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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