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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한줄34

다정소감 (김혼비 저 / 출판사 안온북스) - 유독 여행 분야에는 '그것 오답입니다!'라고 정답지를 들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탄의 대상은 단지 중년 단체와 여행객만이 아니었다. 성별 나이 구분 없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A가 일컬은 '그런 사람들'은, "수박 겉핥기 식 패키지여행이나 하다가 돌아가는 사람들" "여행까지 와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요즘 애들" "인터넷 정보만 믿고 현지인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관광객용 식당에 뭣도 모르고 줄 선 사람들" "역사적 명소에는 관심도 없고 쇼핑만 하다 가는 애들"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어 여행기 곳곳에 등장했다. 아니, 그러면 좀 안 되나요. 어차피 여행지에서 몇 달 살 것도 아니라면 누구도 수박 속까지 다 파먹을 수 없는데, 그냥 수박 겉만 즐겁게 핥다가 오면 안 되나. SNS를 .. 2022. 1. 16.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류시화 저 / 출판사 더 숲) - 삶은 때로 도둑보다 더한 것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때는 자신이 낯선 별에 불시착한 갈 곳 없는 영혼처럼 느껴진다. 산티아고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모험을 떠나지 못하게 자신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자신의 소명을 사랑하면 필시 세상도 사랑하게 된다. -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 2022. 1. 15.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 (한수산 저 / 출판사 앤드) 우리가 떠나온 아침과 저녁 27년의 작가 혼을 불살라 일제의 강제징용 문제와 역사 왜곡을 고발한 소설 의 작가 한수산의 독백이다. 살벌한 역사의 전쟁터에서 이제 막 귀향한 군인처럼 드디어 우리는 문학의 본령 www.aladin.co.kr - 고단했던 삶을 살아온 어머니가 이제 홀로서기를 위해 집을 나가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탄식처럼 던지는 말은 '나에게 이제 남은 건 내 장례식밖에 없구나'라는 한마디였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이 중얼거린다. "엄마는 왜 40년을 앞당기고 그러세요." 엄마는 앞으로 40년은 더 살 거라는 그 아들을 향해, 아니 자기 자신을 향해, 아니 고단했던 지난날의 삶을 향해 어머니는 소리친다. "난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다!" 남은 인생에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다는 그 한마디, .. 2021. 7. 27.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저 / 출판사 메이븐) 당신과 나 사이 무례한 사람들의 부당한 비난으로부터 우아하게 나를 지키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해 주는 인간관계의 기술. 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김 www.aladin.co.kr -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가까운 이보다 오히려 낯선 이에게 더 친절하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와는 대화를 나눈 지 너무나 오래된 딸이 길을 헤매는 여행객을 보면 먼저 다가가 길을 알려 준다. 친한 친구와 연락한 지 오래되었다고 한탄하는 박 대리는 같은 회사 팀원들과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술자리를 한다. 서글서글하고 친절해 회사에서 '스마일맨'으로 통하는 최 과장은 집에만 들어가면 입을 봉한 듯 말이 없어진다. 낯선 이를 만나면 호의를 보이며 그의 말에 귀 기울이던 사람들이 가.. 2021. 7. 23.
책의 말들 (김겨울 저 / 출판사 유유) - 1881년에 출간된 의 서문에서 이미 모든 노동을 빠르게 해치워 버리려는 '속전속결의 시대'를 비판하고 천천히 읽기를 주장한 것을 보면 놀랍다. 두 가지에서 놀라운데, 19세기 후반에 이미 현대인의 사고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정립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140여 년이 흐르도록 이러한 사태가 심화되면 심화되었지 약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책 읽기는 느린 행위다. 책 읽기는 우리에게 멈춰 서도록 요구한다.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허겁지겁 처리하는 대신 천천히 생각하도록 요청한다. 어떤 책에는 저자가 과속방지턱을 많이 설치해 두는데, 그러한 과속방지턱은 몇 날 며칠에 걸친 고민으로 완성된다. 어떤 책에서는 저자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서서히 미끄러지도록 도로를 설계하는데 이.. 2021. 6. 28.
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자존감 관계법 (가토 다이조 저 / 출판사 사람과나무사이) -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믿고 자기 자신을 신뢰한다. 충분히 사랑받은 사람, 어리광 욕구를 충족한 사람은 자신을 빋고 홀로 설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감정이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 감정을 억압받은 아이는 내면의 감정 속으로 달팽이처럼 움츠러든다. 어리광 욕구를 완벽하게 억누르며 지낸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마치 어른처럼 부모의 어리광을 받아주기도 한다. 이런 아이는 주위의 지나친 요구에 맞추느라 자기 내면의 감정에 둔감해진다. 사실 아이는 아직 주위의 이런 저런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주위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냉랭하게 거부당하는 탓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맞춰주려 애쓴다. 매몰차게 거부당하면 독립성을 갖추지 .. 2021.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