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발 때문에 집 밖을 거의 못 나가는 짝꿍에게 이제 깁스를 한지 거의 5주가 다 돼가니 5분 정도 걷는 건 괜찮지 않을까라며 설득을 하여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평일 출퇴근을 위해 7호선 신풍역을 이용하는데 이 근처에 은근 식당이 있다. 그중에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 많던 곳 중 하나가 이 식당이다. 겉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평범하다 못해 사실 살짝 낡고 지저분해 보이기도 해서 손님들이 늘 왜 이렇게 많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 동네로 짝꿍과 함께 이사 오면서 가봐야 할 동네 식당들 목록에 이 식당이 1순위에 올라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주말마다 집 정리하랴, 집들이하랴 바쁘기도 했고 짝꿍의 발에 금이 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느라 지척에 있는 식당들에 가기는커녕 집에서 삼시 세끼 해먹기 바빴다. 물론 그 새 나의 요리 실력이 꽤나 많이 향상돼서 좋긴 하지만 가끔은 삼시 세끼 메뉴 결정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이제는 외식이 반가운 주부들의 마음이 너무 이해된다.
어쨌든 오늘은 고등어구이를 해먹기로 한 날이지만 왠지 그 쉬운 요리조차 하기 싫었기에 걸어서 5분 거리를 금이 간 발 때문에 20분이 걸려서 오는 짝꿍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오늘만큼은 외식을 하면 안 되겠냐고 공손하게 부탁했다.
신풍파전닭갈비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신풍로10길 2-16 (신길동 3711)
전화번호: 02-832-5989
영업시간: 월요일~토요일 12:00~00:00
기타 사항: 아기 의자 없음, 포장 가능, 예약 가능 (하지만 예약을 해도 막상 예약한 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함)
메뉴:
오늘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원산지 표시! 메뉴판 왼쪽에 큼직하게 쓰여있다. 대부분이 국내산이고 특이하게 두부와 오징어가 수입산이다. 심지어 오징어는 원산지가 포클랜드, 포클랜드에서 온 오징어라니 신기할 따름.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대부분 닭갈비와 전, 둘 다 주문해서 먹고 있더라. 그렇지만 우리는 둘이므로 아쉽지만 전은 다음에 와서 먹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닭갈비만 2인분 주문했다. 모듬닭갈비라는 메뉴도 있는데 이건 닭발 등 닭의 다른 부위들도 함께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 짝꿍에게 닭발은 높은 레벨의 한국 음식이다.
평일 저녁 동네에 있는 음식점치고는 손님이 꽤 많다. 인테리어가 세련되지 않았는데 뭔가 정겹다. 벽에는 메뉴의 사진들이 여기저기에 붙어있어 주문을 하기 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사진이 직접 찍은 건지 보정된 흔적이 전혀 없어 실제 메뉴의 상태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닭갈비는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주방에서 다 익혀서 나온다. 익혀서 나오는 건데도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왔다. 아마 제일 기본 메뉴를 주문해서 이미 익혀져 있던 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전 같은 경우는 주문하면 그때 바로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 입구에 전만 부치시는 전담 이모님이 열심히 전을 부치고 계신다.
기본 반찬으로 무, 양파절임, 깍두기 그리고 동치미가 나오는데 맛을 보아하니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 틀림없다. 사서 쓴다고 하기에는 너무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나는 닭갈비보다 이 반찬들이 더 맛있었다.
우리는 치즈를 좋아하는 짝꿍을 위한 치즈 사리도 추가로 주문했다. 나는 닭갈비와 치즈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찍어 먹는 것보다 닭갈비 위에 치즈를 올려 녹여먹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 치즈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뭉텅이로 뭉치기 때문에 찍먹을 할래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치즈와 닭갈비가 따로 노는 맛이기 때문이다.
일반 다른 닭갈비에 비해 약간 훈제 향이 나면서 간장소스 맛이 나는 게 조금 특이했다. 야채는 양배추, 양파 그리고 대파가 들어가 있고 떡은 야박하게 2인분 주문했는데 2개가 들어있었다. 맛이 있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전이 더 맛있어 보여서 다음번에 오면 전을 시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갈비 2인분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볶음밥도 1인분 주문했다. 양이 1인분인데 굉장히 푸짐했고 신기하게 이 집은 계란 프라이를 인원수만큼 제공해 주더라. 맛은 일반적인 볶음밥의 그 맛!
사실 맛집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정겹고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 가면 딱 좋은 그런 동네에 있는 오래된 식당의 느낌이었다. 자주 가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가끔 밥하기 싫은 날 갈 것 같다. 아니면 동치미 먹고 싶을 때(?)
※ 사심 없이 순수하게 제 돈 주고 먹은 후기입니다
※ 방문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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