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번 겨울 들어 최고 춥던 2월의 어느 날, 약속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 퇴근 후, 따뜻한 집 방바닥에 앉아 군고구마나 먹으면서 뒹굴뒹굴했을 거다. 그런데 많고 많은 날 중에 약속을 잡은 이 날이 이렇게 추울 거라고 난들 알았을까. 첫 회사 구매팀 사원 나부랭이던 시절, 내가 담당하던 거래 업체 매니저였던 그녀는 나를 많이 챙겨줬었다. 내가 첫 회사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을 때부터 우리는 종종 만나 수다도 떨면서 언니 동생 하며 지냈는데 벌써 그 관계도 10년이 됐다. 사람 인연이란 게 새삼 신기하다. 언니한테도 늘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까지 이어지게 될 줄 몰랐다면서 고맙다고 한다. 첫째인 나는 늘 언니나 오빠가 있었으면 했는데 언니는 나한테 그런 존재가 되어줬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언니를 오랜만에 만나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날도 추우니 뜨끈한 탕이 어떻겠냐고 했고 언니가 곱창전골이 먹고 싶다고 했다. 곱창전골 잘 하는 집이 많지 않아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우리의 선택은 삼성역 근처에 있는 중앙해장. 회식으로만 몇 번 가봤는데 맛이 꽤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대기가 늘 길어 선뜻 가게 되지는 않는 곳이다.

우리는 날씨도 워낙 추운 월요일이고 코로나로 인해 요즘 식당에 사람이 없다고 하기에 오늘은 대기가 없겠구나 하고 갔는데 이게 웬걸... 역시나 사람이 오지게 많았다. 월요일에... 이렇게 추운 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주차요금이 삼성역 주변 치고 나쁘지 않고 평일 오후 6시 이후에는 1시간 30분이나 지원이 된다니 좋다. 그런데 여기 주차장에 주차하는 게 엄청 힘들다는 게 함정! 원래 맛집 갈 때는 차를 두고 다니는 게 제일 좋다.


중앙해장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86길 17 육인빌딩 1층 (대치동 996-16)
전화번호: 02-558-7905
영업시간: 월요일 10:30~00:00 / 화요일~토요일 24시간 / 일요일 00:00~22:00
메뉴:




이 집 해장국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희한하게 나는 해장국은 한 번도 안 먹어봤다. 해장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맨날 오면 곱창전골만 먹게 된다. 해장국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양평 해장국도 충분히 맛있고 괜찮은 식당들이 꽤 많다. 그런데 곱창전골을 맛있게 하는 곳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길 오면 꼭 곱창전골만 주문하게 된다.

홀 내부는 꽤 넓고 룸도 두 개 정도 있는 것 같다. 그 많은 테이블들이 꽉꽉 차있다 못해 입구에는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이날뿐만이 아니고 올 때마다 같은 풍경이다. 비결이 뭘까 싶다. 나랑 같이 간 언니도 늘 이 앞을 지나갈 때면 사람이 많아서 궁금했었다고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이 늘 이렇게 많은지 먹어보고 싶었다고 몇 시간이고 기다려서 이번 기회에 꼭 먹어야겠다기에 입김이 나는 입구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다. 다행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자리를 비운 대기자들이 많아 30분 만에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내부는 왜인지 겨울이면 항상 선선하니 춥다. 아마 출입구 문이 크기도 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중앙 해장의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로 단출하다. 옆에는 소스를 제조해서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들이 각 테이블마다 준비되어 있다. 김치와 깍두기는 살짝 덜 익은 상태인데 간이 짜지 않고 식감이 오독오독하니 좋아 자꾸만 먹게 되는 신기한 매력이 있다.



우리는 둘이서 곱창전골 小 59,000원짜리와 함께 테라 한 병을 주문했는데 주문한지 5분도 안 돼서 이모님이 곱창전골을 가져다주셨다. 워낙 회전율이 빠른 곳이라 음식들도 빨리빨리 나온다. 푸짐한 야채와 곱창!!! 사진상으로는 곱창 양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 먹다 보면 곱창이 꽤 많이 들어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육수가 전골냄비 가득 들어있기 때문에 자칫 넘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치마는 필수!! 안 그러면 옷에 빨간 국물 자국이 수도 없이 남을 수도 있다. 자작한 국물을 야채 위에 살포시 조금씩 부어주면서 끓이다 보면 야채들과 곱창이 맛있게 익어간다.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하는 수 없이 깍두기와 김치로 허기를 달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래서 그 많은 김치와 깍두기를 먹어댔나 보다.


곱창전골에 빠질 수 없는 맥주!!!!!! 맥주잔이 너무 귀여워서 한 컷! 곱창전골의 맛이 살짝 무겁다 보니 입안이 텁텁할 수 있는데 그럴 땐 시원한 맥주 한 잔 딱 마시고 나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먹방을 시작할 수 있다.

중앙해장 곱창전골은 곱창 안에 곱도 많고 참 고소하다. 그리고 어떤 집은 곱창에서 비린내가 나거나 너무 질기거나 한데 여긴 곱창이 너무 부드럽고 냄새도 하나도 안 나고 맛있다. 거기에 야채들이 푹 익어가면서 다대기를 풀은 육수가 야채에 스며들어 야채들도 너무 맛있다. 국물은 말이 필요 없이 끓이면 끓일수록 칼칼하면서 깊고 진하다. 국물만으로도 맥주 안주가 된다. 곱창전골을 시키면 기본적으로 우동사리 한 그릇이 나오는데 이걸 먹을까 볶음밥을 따로 주문할까 고민하다 결국 우동 사리를 막판에 넣어서 먹었다. 개인적으로 우동사리보다 볶음밥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동사리가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굳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볶음밥을 선택!


가격이 좀 비싸서 자주는 못가겠지만 가끔 생각나는 집. 곱창전골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 사심 없이 순수하게 제 돈 주고 먹은 후기입니다
※ 방문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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