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5월, 발에 금이 간 짝꿍 덕분에 아무 데도 나가지도 못하고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내내 집에만 있은지 3주가 됐다. 3주 전에는 코로나 때문에 밖을 나가지 못했으니 광합성을 한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남동생이 5월의 긴 연휴를 맞이해 콧바람 좀 쐬라며 나들이를 함께 가줬다. 늘 차가 있는 동생에게 신세 지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동생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
5월 1일 근로자의 날, 강릉으로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교통체증이 심해 결국 강릉 가는 길에 점심도 먹고 잠시 쉬어갈 겸 월정사를 찾았다. 발에 금이 간 짝꿍 때문에 그 유명한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은 걷지 못하고 월정사 근처에 산채정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 그중 한 곳인 오대산 농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워낙 나물을 좋아하는 나는 산채정식을 참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나물을 잘 무치는 곳이 많지 않다. 각 나물마다 맛의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 나물마다 특징을 잘 살려 무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물의 고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행을 다닐 때, 그 지역에서 유명한 나물 식당을 찾아다니곤 한다. 오대산 농원 식당도 검색을 하다 찾게 된 곳이다. 몇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다른 곳보다 저렴했고 평이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보다 평도 좋고 더 저렴한 곳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그곳은 더 이상 산채정식을 안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식당 앞에 넓은 주차공간이 있어 주차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직접 담그신 장을 담아놓은 장독대가 식당 앞에 놓여있다. 나는 할머니가 직접 담그신 된장, 고추장, 간장으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데 어쩌다가 집에 있는 게 떨어져 시중에 파는 것을 사서 요리를 하면 맛이 없다. 할머니에게 된장, 고추장, 간장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하나 싶을 정도로 요리에서 된장, 고추장, 간장의 역할이 참으로 크다. 그래서 보통 이렇게 식당에 장독대가 있으면 맛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오대산 농원 식당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진고개로 36-29 (간평리 787-2)
전화번호: 033-332-6738
영업시간: 매일 8:00~20:00
기타 사항: 단체석 있음, 예약 가능
메뉴:
산나물은 식당 주인분께서 직접 채취해서 사용하신다고 들었고 김치, 쌀, 배추, 고춧가루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니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더덕, 황태와 같은 주재료들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
내부는 꽤 넓은데 대부분 좌식 테이블이고 입식 테이블은 4인석 테이블 2개가 입구 쪽에 있다. 좌식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짝꿍을 위해 되도록 입식 테이블에 앉으려고 한다. 다행히 입식 테이블에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산채정식 4인분과 산 더덕구이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나물들, 호박전, 도토리묵, 된장찌개, 두부 그리고 산 더덕구이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나물 접시가 꽤 많긴 했으나 몇 가지는 2개씩 중첩되어 나와 막상 나물 개수를 세보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된장찌개는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드신 건지 구수하니 맛있었다. 두부도 시중에서 파는 두부보다 고소했고 나물들도 삼삼하니 각 나물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1인분에 13000원이나 하는 산채정식에 정말 딱 나물만 나온다는 거다. 제육볶음 정도가 나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계란말이라도.. 그리고 산 더덕구이는 18000원이나 하는데 내 입맛에는 도라지 맛이 났고 매운맛이 강해서 더덕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런 점이 진짜 아쉬웠다. 더덕을 워낙 좋아해 집에서 직접 구워 먹기도 하는데 사실 더덕과 도라지 맛이 워낙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려워 가끔 비싼 더덕 대신에 도라지를 구워 먹기도 한다. 그래서 더덕과 도라지를 조금은 구분할 줄 아는데 여하튼 내 입맛에는 도라지 맛이 났다. 진실은 미궁 속으로!
그리고 나물이 맛있어서 조금 더 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이거나 대답을 하시고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한 네 번 정도 요청했을 때, 그제서야 나물 하나를 더 가져다주셨다. 친절은 기대하면 마음의 상처만 받으니 기대하지 말자.
월정사나 용평리조트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나물을 좋아한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물의 맛은 훌륭했으나 산 더덕구이와 친절도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었다. 다른 분들의 평을 보니 황태 해장국도 맛이 있다고 하니 다음에 혹시 이 근처에 갈 일이 생긴다면 황태 해장국을 먹어봐야겠다.
※ 사심 없이 순수하게 제 돈 주고 먹은 후기입니다
※ 방문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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