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발 깁스 때문에 계속 집에만 있는 짝꿍을 위해 오랜만에 집 근처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작년 겨울 이후로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회를 한동안 못 먹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회를 먹으러 갔다. 물론 평상시에는 최대한 안 움직이기 위해 집에서만 생활하지만 아주 가끔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야 할 경우, 최대한 짝꿍의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되도록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택시를 탄다. 오늘도 택시까지 타고 여의도에 가성비 갑인 회를 먹으러 갔다.
오늘 우리가 저녁을 먹기 위해 간 곳은 어의도 횟집. 식당이 여의도에 있어서 식당 이름을 여의도와 발음이 비슷한 어의도로 지은 게 아닌가 싶다. (혼자만의 추측)
약간 생뚱맞게도 횟집이 지하 1층에 있는데 여의도는 워낙 임대료가 비싸서 대부분의 식당들이 사무실 건물 지하 1층에 많이 위치해있다.
어의도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1길 25(여의도동 44-23 하남빌딩 지하1층)
전화번호: 02-785-6678
영업시간: 월요일~토요일 17:30~22:00 / 일요일, 공휴일 휴무 / 월요일~토요일 영업 전일까지 사전예약이 없을 경우 휴무! 그러므로 꼭 전날 예약을 하고 가야 됨
메뉴:
보통의 일식집에 있는 프라이빗 룸이 이곳에는 없다. 내부에는 테이블이 한 6~7개 있었고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들로 보이는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손님들이 몇 테이블 있었다. 아마 워낙 가성비 좋은 식당이라 회식으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다.
메인 메뉴는 저녁 사시미 코스 한 가지뿐이다. 물론 추가 메뉴도 있지만 그것은 추가 메뉴일 뿐 메인메뉴는 계절 죽, 샐러드, 숙성회 모둠, 해산물 모둠, 생선 머리 간장조림, 튀김, 매운탕이 코스로 나오는 사시미코스 한 가지뿐이다. 그래서 고민할 필요 없이 사시미코스 2인과 회와 잘 어울리는 술을 주문했다. 원래는 사케나 화요를 마시고 싶었으나 도저히 혼자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할 것 같아 아쉬운 대로 독일 병맥주를 주문했다.
앉자마자 기본 상차림이 차려졌다. 쌈장, 간장, 초고추장, 샐러드, 절인 간장 새우, 생야채(마늘종, 양배추), 삶은 완두콩, 명이나물 그리고 김치 쌈까지 순식간에 테이블 위에 준비되었다. 간장 새우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버터와 간장 새우에 있는 간장소스를 따뜻한 밥과 비빈 후, 간장 새우와 함께 먹으면 너무 맛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회를 먹으러 온 것이기 때문에 꾹 참았다.
회를 김치와 명이나물에 싸 먹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김치보다는 명이나물 하고 싸 먹는 게 더 맛있었는데 명이나물의 간장 같은 짭조름함이 회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김치는 회를 싸 먹기에는 맛이 조금 강한지라 회를 김치에 싸 먹으면 회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부드러운 전복죽.
드디어 나온 숙성회 모둠!!! 이곳은 1인당 4만 원에 계절 죽, 샐러드, 숙성회 모둠, 해산물 모둠, 생선 머리 간장조림, 튀김 그리고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숙성회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메인 메뉴인 숙성회 모둠 이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메인 메뉴에 큰 공을 안 들였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내가 방문했던 가성비 좋은 횟집들의 경우, 회가 싱싱하고 맛이 있으면 곁들이찬가 진짜 별로거나 회와 스끼다시 모두 평균 정도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은 회도 너무 싱싱하고 곁들이찬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요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일 재료 사용 원칙을 위해 예약제로 식당이 운영된다고 하니 재료의 싱싱함은 여기 오기 전부터 기대했던 바이나 횟감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온도에 숙성 보관하여 식감이 일반 횟집의 회에 비해 쫄깃쫄깃했고 회가 두툼해서 더욱 좋았다. 개인적으로 얇은 회보다 두툼한 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숙성회 모둠을 거의 다 먹을 때쯤 해산물 모둠이 나왔다. 오독오독 씹히는 전복과 소라도 맛있었지만 이 중에서 생선 알을 고추냉이와 마요네즈에 버무린 게 가장 맛있었다. 생선 알 자체가 워낙 신선해서 비린 맛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역시 회와 함께 마시는 술이 진리! 술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해산물 모둠을 다 먹어갈 때쯤 나온 새우와 단호박 튀김! 내 생각에 이 집은 튀김 맛집인 듯! 튀김 속 새우 살이 도톰하진 않았지만 튀김을 바사삭 한 입 베어 물면 겉에 튀김이 입안에서 사르르 사라진다. 일본에서 먹었던 튀김 맛이 생각났다. 기름도 깨끗한 걸 쓰시는지 튀김임에도 기름지다는 느낌이 없었다. 짝꿍이랑 나랑 이런 맛의 새우튀김이라면 앉은자리에서 10개도 넘게 먹을 수 있다며 한 개뿐인 새우를 오래도록 아껴먹었다. 그래 봤자 5분도 안 돼서 그릇에서 사라짐.
이제 슬슬 코스의 끝이 다가오는 건가 싶어 아쉬워하고 있는데 회를 서비스로 더 주셨다. 4만 원에 나 이렇게 입이 호강해도 되는 건가 싶으면서 한편으로 주인분의 마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퍼주시고 남기는 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횟집들의 서비스가 좋지 않았던 건가. 어쨌든 서비스로 주신 신선한 회가 담긴 접시를 보며 놀란 듯 있으니 종업원이 설명해 주시기를 식당이 예약제로 운영이 되는데 보통 예약된 인원수보다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해서 이렇게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다 제공한다고 했다. 이런 일에 잘 감동하는 나란 뇨자.
서비스로 제공해 주신 회를 공정하게 짝꿍과 반반 나누어 먹고 나니 거대한 생선 머리 조림이 나왔다. 이 식당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곁들이찬이라고 해서 맛이 떨어지거나 양이 적거나 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조림도 내 입맛에는 살짝 달았지만 짝꿍 입맛에는 맛있었는지 짝꿍이 뼈 사이사이에 있는 살들을 알뜰살뜰 다 발라먹었다. 나는 생선 자체도 맛있었지만 생선 머리 조림 안에 있던 무, 곤약 그리고 매콤한 고추가 더 맛있었다.
이래서 우리가 잘 맞는 부부인가 싶다. 보통 음식을 먹을 때 짝꿍과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서 음식 가지고 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해초류를 잘게 다져 밥과 섞은 후 유부로 싼 유부초밥. 그동안 내가 먹었던 유부초밥은 진짜 유부가 아니었던가?!
오늘 식사의 마지막 피날레인 매운탕! 생선뼈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생각보다 먹을만한 건더기가 꽤 있었다. 나는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던데 짝꿍은 그 많은 음식들을 먹고도 배가 안 부른 지 매운탕은 완탕을 해야 한다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 대단!
여의도에서 가성비 좋은 횟집을 찾는다면 어의도 강추! 4만 원에 싱싱한 숙성회와 다양한 곁들이찬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이빗 룸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다른 곳을 가는 게 좋을 듯하다.
※ 방문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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