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대평포구로 정했을 때부터 찜해뒀던 제주 진미 마돈가. 원래 첫째 날부터 먹으려 했건만 점심에 먹은 멕시코 음식을 먹고 체한 바람에 도저히 저녁을 먹을 수 없는 상태라 결국 첫째 날엔 먹지 못하고 둘째 날 먹게 되었다. 다행히 서울에서부터 챙겨온 상비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속이 가라앉아 여행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이래서 나는 16년 전 처음 배낭여행을 다닐 때부터 습관적으로 상비약은 늘 내 보조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현지에서 사 먹어도 되긴 한데 아픈데 약국 찾으러 다니는 것도 일이고 가끔은 약이 나랑 잘 맞지도 않아 약을 먹고 더 고생한 적도 있고 해외에서는 특히 내 증상을 현지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피도 크고 귀찮더라도 만약을 대비해 늘 비상약은 챙겨 다닌다.
어쨌든 말을 하다 보니 또 옆길로 샜는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제주진미 마돈가를 가게 되었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숙소가 진미마돈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서 일부러 허기진 상태로 가기 위해 대평포구 쪽 바닷가 길을 한 바퀴 산책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평포구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알게 된 곳인데 마을이 조용하고 여기서 보는 일몰이 또 끝내준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점점 유명해지고 있는지 이 마을에 카페도 생기고 게스트하우스도 생기고 매년 갈 때마다 조금씩 마을이 변하더라.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건 작년에 웨딩촬영을 제주도에서 했는데 사진작가님이 마지막 촬영지로 선택한 곳이 대평포구였다. 오래도록 나만 알고 싶었던 장소들이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좋으면서도 아쉽다.

제주 진미 마돈가는 이 마을의 메인 거리에 위치해있다. 메인 거리라고 해봤자 100m 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 주변으로 식당, 편의점, 버스정류장, 카페가 몰려있다. 이른 저녁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우리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한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다. 공간이 꽤 넓어 단체 손님이 와서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이전부터 제주도에서 말고기는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항상 혼자 올레길을 걷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도를 가기도 했고 뚜벅이 족이었기 때문에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 먹을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짝꿍도 말고기가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여행 가기 전부터 이 식당을 찜 해놨었다. 우리 둘 다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이쪽으로 쿵작이 잘 맞는다. 식성이 안 맞으면 고생이라는데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또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먹는 것이기도 하니까.
식탁에 자리를 잡고 보니 벽면에 크게 말고기의 5가지 효능에 대해 큰 글씨로 쓰여있다.
우리는 말고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보고 싶어서 말코스 B를 주문했다. 말 한 마리 코스 A를 주문할까 고민했었는데 B코스와 차이점이라곤 초밥, 냉채 정도이고 후기를 보니 양이 너무 많다기에 주저 없이 B코스 2인 (1인 30000원) 주문. B코스는 엑기스, 죽, 사시미, 육회, 특선요리, 찜, 구이, 탕 순서대로 나온다.

제주 진미 마돈가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감산로 17 (창천리 875-10)
전화번호: 064-738-2346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 휴무)
기타 사항: 단체석 있음, 아기의자 있음, 포장 가능, 예약 가능, 주차 가능
메뉴:


주문을 하자마자 테이블 위에 기본 반찬으로 김치, 양배추 샐러드, 옥수수 콘 마요네즈 샐러드, 양파장아찌 그리고 무장아찌가 놓인다. 맛은 지극히 평범했다.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는 그런 맛) 그래도 그중에서 무장아찌는 내 입맛에 잘 맞아서 두 번 리필해서 먹었다. 맛있어서도 있지만 말고기가 생각보다 먹다 보니 느끼해서 뭔가 상큼한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에 나온 말엑기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한약 맛이 난다. 원래부터 한약도 잘 못 먹는 나와 한약이 뭔지도 모르는 짝꿍은 한 입 먹자마자 도저히 못 먹겠다며 한 쪽 구석으로 치워놨다. 서빙해주시던 이모님이 이거 건강에 좋은 거라며 다 먹으라고 하셨는데 도저히 못 먹겠더라. 어르신들은 건강에 좋다고 하니 입에 써도 맛있다며 다 드실듯한 맛이다.

두 번째로 나온 메뉴는 말고기가 들어간 죽인데 말고기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죽의 맛이었다.

세 번째로 나온 메뉴는 말고기 사시미!!! 여기서부터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일반 소고기 사시미 먹을 일도 흔치 않은데 말고기 사시미라니... 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신선해 보여서 김에 싸서 먹었는데 부드러우면서 맛이 있었다. 말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거나 질길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소고기보다는 살짝 질겼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네 번째로 나온 메뉴는 말고기 육회! 말고기 사시미와 식감은 비슷하지만 약간 양념이 돼 있는 터라 내 입맛에는 말고기 육회가 더 맛있었다. 아삭거리는 배와 함께 먹으니 더 맛이 좋았다.

다섯 번째로 나온 메뉴는 말고기까스(?), 돈가스처럼 다진 말고기를 튀겨 돈가스 소스를 위에 올린 메뉴였는데 짝꿍은 이게 제일 맛있었단다.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그런 맛이었다. 사실 소스 맛이 너무 강해서 말고기인지 돈가스인지 알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는. 말고기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사실 뭐든 튀기면 다 맛있어지므로 뭐 이건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

여섯 번째로 나온 메뉴는 말고기 찜이었는데 갈비찜과 불고기의 중간 맛이었다. 이것 또한 소스 맛이 워낙 강해서 말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특히 짝꿍이 이 메뉴를 참 맛있게 먹었다. 고기는 아무래도 다른 메뉴보다는 살짝 질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일곱 번째로 나온 메뉴는 가장 기대가 컸던 말고기구이!!! 아무래도 말고기 본연의 맛을 사시미나 육회만큼이나 잘 느낄 수 있는 메뉴였기에 그 맛이 참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미 앞에 여섯 가지 메뉴들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였었고 말고기 자체가 소고기보다 좀 더 느끼함이 강해서 그런지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차라리 육회나 사시미 이후에 이 메뉴가 나왔으면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말고기가 소고기보다 확실히 더 질기고 느끼하긴 한 듯! 어쨌든 그래도 맛은 꽤 있었던 말고기구이!


드디어 마지막 메뉴로 나온 말고기 탕! 뽀얀 국물 밑으로 말고기와 뼈가 들어있는데 곰국보다 훨씬 진하고 맛도 깊었다. 하지만 우린 이미 앞에 7가지 메뉴를 먹은 상태로 배가 너무 불러서 도저히 이 탕을 다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서비스로 말고기 고추튀김과 보말 된장을 주셔서 밥 한 공기까지 다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더욱 이 말고기 탕을 완탕하기에 나의 위는 한없이 작았다.
말고기 고추튀김은 생각보다 꽤 조화가 잘 어울리는 메뉴여서 나오자마자 순삭 했다. 그리고 보말 된장도 꽤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주문해 둘이 여기에 비벼 먹었다. 그래서 더 배가 불렀는지도.



대식가인 우리 둘이 말코스 B를 먹고 너무 배가 불러 식사 후에는 뒤뚱거리면서 나왔다고 하면 믿을랑가 모르겠지만 어쨌든 1인당 3만 원에 다양한 말고기 코스를 맛있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건 내가 증언할 수 있다. 가성비 진짜 좋은 식당임에도 틀림없다. 맛은 몇 가지 메뉴에 있어서는 의문이 들지만 말고기를 체험해보기에 이만큼 좋은 식당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도 처음에는 하도 양이 많다는 후기가 많아서 단품으로 시킬까 했지만 둘이 가서 단품으로 주문하면 같은 가격으로 2~3가지 메뉴만 주문할 수 있으므로 이왕이면 코스로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A코스는 정말 대식가가 아니고서야 다 먹지 못하지 않을까 싶고 B코스 정도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 사심 없이 순수하게 제 돈 주고 먹은 후기입니다
※ 방문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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