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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어른이 된다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 저 / 출판사 민음사)

by hyeranKIM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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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하는 진짜 어른 되기 클래스. 어른이 된다는 건 대체 뭘까? 매년 조금씩 나이가 들어 가고, 매일 조금씩 삶이 복잡해져 가는 동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어른이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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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18

- 괴롭고 힘겨운 일은 자신의 깊은 곳까지 뒤틀어 놓기도 하고 또 그 당시에는 정말 괴롭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어떤 토대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견디는 수밖에 없죠. 긍정적인 사고로도 맞설 수 없고, 없는 일로 해 버릴 수도 없습니다. 비참하고 하찮은 자신과 마주하고 보내는 모래를 씹는 듯한 나날은 인생에서는 어쩌면 필수 과목일 테니까요.

 

2. P22

- 부모나 주위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무엇 때문에 상처를 입었는지 말해 주면 되는 일인데, 하고 생각하죠. 하지만 본인에게 그것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얘기입니다. 그 말을 해 버리면 자신이 끝난다고 느낄 만큼 무거운 얘기예요. 주위 사람들과 자신이 느끼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사춘기의 특징일지 모르겠군요.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에는 부모의 몸이 자신의 몸 연장선에 있어요.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 달라집니다. 갑자기 불안해지고,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죠.

 

3. P25

- 그때, 병원 문 앞에서 불쑥 깨달았습니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야. 같이 와 준 이 두 사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하루였어. 그런데 나를 위해 복도에서 줄곧 기다리고, 같이 결과를 들어주고, 그러느라 내내 서 있었잖아. 난 같이 와 주는 걸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를 생각해서 같이 와 주었다는 거, 정말 소중한 일이네. 정말 한꺼번에,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는 부모니까 어쩔 수 없다 쳐도, 그 할머니는 이바라키에서 일부러 찾아왔던 거였어요. 말로써가 아니라, 그 전부를 그냥 단번에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4. P26

- 그때가 바로 제가 어른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처음으로 타인을 배려한 순간이었고, 부끄럽고 꼴사납고 귀찮다는 감정을 제쳐 놓고 행동하면서 내게 주어진 환경의 윤택함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5. P30

-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엉엉 우는 어린아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요. 애써서 거기에 없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요. 그러면 마음속에 공간이 생겨, 자신을 든든하게 붙잡아 주거든요. 나이를 얼마나 먹든 그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즉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아이인 자신을 살갑게 보듬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6. P42

- 본디 인간이란 구분된 시간에 따라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고 쉬는 시간 10분 후에 바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사회에 순응하기 위해 훈련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죠. 그러니 졸업장이 필요해서나, 이런 이런 공부가 하고 싶어서 이 학교에 들어왔지만 그다음은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경우에는, 시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좋을 거예요. 혹은 생각지도 못한 공부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좋고, 쉬운 것만 찾다가 나중에 큰코다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아무튼 너무 치열하게 생각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7. P45

- 그 웃는 얼굴을 보면 지금은 이래도 괜찮다. 천천히 자라주렴. 몇 번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해 주렴. 하고 마음속으로 얘기합니다. 즐거운 속의 힘겨운 (스스로 결정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들과 놀아야 하니까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등등)에 대해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아무쪼록 그대로 자라 주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유로운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다.'하고 생각해 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8. P49

-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탓에 서로가 서로의 체취와 짜증 나는 면까지 속속들이 아는 몸의 언어와, 정신적으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정신의 언어, 양쪽을 다 갖추고 있지 않으면 친구라 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9. P51

- 연애로 바꿔 생각하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될 거예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섹스를 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서로가 '당신이 정말 좋아요, 연인이라고 불러도 될까요?'하는 약속을 나누지 않으면 연인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친구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다퉜다가 화해를 하기도 하고, 또는 서로의 마땅치 않은 면을 눈감아 주기도 하고... 그런 반복이 계속된 후에 서로가 '우리는 친구잖아.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도와 줄게. 시간을 좀 뺏기는 한이 있어도, 불편을 겪는 한이 있어도.' 하고 말할 수 있고 친구 사이임이 타인에게 알려져도 무방한, 그런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당신 험담을 할 때 반드시 당신을 감싸주는, 그런 것도 친구의 중요한 요소일 거예요.

 

10. P52

- 당신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 독특한 의견을 내놓았을 때, 가령 동감은 못 하더라도 들어주고, 그런 다음에 '그 의견, 동감은 못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너를 이해할 수는 있어.'하고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경우도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혼자라도 괜찮아. 하지만 친구가 있어 주변 인생이 훨씬 더 즐겁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11. P56

- 어쩌면 나무에 열린 열매가 무르익어 저절로 떨어지듯, 우리의 우정도 싹이 튼 때부터 세월을 거듭하다 저절로 끝났는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면 매일처럼 너무 같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만약 우리의 우정이 끝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우리는 만나 술을 마시고, 가끔은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만났을 테죠. 만나고 싶어 안달하면서 말이에요. 그러지 않는 것이 조금 서운하기는 해요.

그런데 무슨 계기가 있어 그 친구를 만나면, 마음은 딱히 움직이지 않는데 마치 어제까지 같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딱 맞아떨어지는 호흡으로 차를 끓이기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때론 조용히 있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그 옛날의 패턴이 부활합니다.

 

12. P94

- 저는 아줌마가 되면 멋도 안 부리고 몸매도 망가지고 뻔뻔해지고 목소리는 커지고 호피 무늬 옷 같은 거나 입게 되고, 그래서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어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가고 싶지 않은 레스토랑도, 마시고 싶지 않은 음료도, 입고 싶지 않은 스타일의 옷도 알게 되고, 나아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지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죠.

 

13. P102

- 사람은 뭘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저는 각자가 자기 자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끝까지 관철하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더군요. 인간이란 애당초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괴롭고, 고통스럽고, 귀찮은 것은 충분히 살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살지 않는 상태에 있으면 주위에도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들기 때문에 온 세상이 다 그런가 보다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충분히 산다는 것은 정말 고된 일이죠. 느긋하게 풀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마음속은 언제나 날카롭게 반짝거려야 살아 있음이 보장되는, 그런 매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어쩌다 한 번 경험하는 경지인 터라 '생각합니다.'라고 표현했는데요.

 

14. P120

- 자신이 잘하는 세계밖에 모르면, 고민거리가 생겨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점차 잘하던 일의 범위가 협소해지고 말죠. 최근에 저는 여러 사람을 보면서 애써 갈고닦은 재능인데 참 아깝네, 하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반드시 이러지 않으면 안 된다느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느니 하면서 그 사람의 자신감을 빼앗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따라서 잘하는 부분을 더욱 갈고닦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자세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보니 바깥으로 나가면 자신감을 잃게 되니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울타리 안에서 안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한층 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점점 도피하고 의존하게 되면 점점 약해지고 말겠죠. 또 그건 스스로를 안이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인생에 변화가 적어지는 것은 따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어렸을 때, 젊었을 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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