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삼(buy)에서 책을 삶(life)으로 소설 <책이 되어 버린 남자>의 주인공 비블리는 광적인 책 수집광이다. 그는 아름다운 겉모양의 책을 수집하고 2000개의 명언을 외운다. 그런 그는 어느 날 눈길을 끄는 표지의 책 한 권을 훔치고 책으로 변화하는 기이한 체험을 한다.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삶으로 끌어낸 것이 아니라 반대로 책에 흡수되어 갇혀버린다.
나는 책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 사회 속 많은 이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방 한쪽 벽면에 책을 잔뜩 채워놓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책을 읽지만 잠시의 위안거리로 삼을 뿐 책장을 덮자마자 잊고 구석에 방치한다. 명언을 줄줄 외우면서 옳은 말만 하고 글은 쓰지만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꽤 본다.
집에 있는 내 책장을 가만히 보다가 나는 의문이 생겼다.
'지식과 지혜의 보고라는 책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삶은 힘든 것일까?'
그때부터 책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삶의 나아짐 없이 보관만 하는 책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게다가 내가 보관한 책들의 한 번 보고 말아서 내용 한 줄 기억 못 하는 책,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수년째 다짐만 하면서 읽다만 책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볼일 없는 전공서적까지. 이런 책들로 가득 채워진 책장을 보면서 나는 지혜가 아닌 지적 허영과 과거에 대한 집착을 채웠음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장에 꽂힌 300여 권의 책들은 그저 인테리어와 자기만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일단 불필요한 책을 없애고 꼭 필요한 책만 신중하게 골라 남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삶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건 곧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었다.
또 책을 쌓아두었을 때는 이미 있는 책부터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다른 책을 잘 읽지 못했다. 책을 줄이고 나자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책이 아니라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찾아서 읽을 수 있었다.
독서 방식도 바뀌었다. 갖고 싶으면 사들이는 게 아니라 꼭 봐야 할 좋은 책과 보고 싶은 책만 엄선해서 읽는다. 수천 권의 좋은 책을 읽어도 성장하지 않는다면 안 읽느니만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읽고 마는 게 아니라 하나라도 반드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 "모든 배움은 행위 속에서 자기를 실현함으로써 비로소 산 것이 되며,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 그녀는 사업 미팅 시 단 2벌의 검은색 원피스만 번갈아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전에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기에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왔었는지 전혀 몰랐어요"라고 말하자 P 대표가 말했다.
"진현 씨만 그런 게 아니고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더라고요. 나는 2벌의 원피스를 입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적다는 것이죠. 우리 스스로만 계속 남을 의식할 뿐이에요."
생각해 보니 P 대표의 말이 맞았다. 나는 불과 한 주 전에 만난 사람이 입은 옷을 기억하지 못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리라.
P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 옷장을 열어 보관하던 옷들을 싹 비워내었다. 여태 기억도 잘 못하는 상대에게 잘 보이느라 시간과 에너지, 돈을 낭비했다는 깨달음 대문이었다.
- 국내에도 옷을 적게 입는 유명인이 있다. 박진영은 한 방송에서 옷이 사계절용 6벌, 계절별 2벌씩만 있다고 소개했다. 늘 무대에서 화려하고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여왔기에 의외다. 가수, 프로듀서, 회사 대표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한시가 모자란 시간관리 방법을 많이 연구했단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람들을 초라하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나는 그 이유가 겉으로 드러난 생각과 태도가 남들에게 옷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대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많은 옷, 화려한 옷, 유행 타는 옷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옷의 개수가 아닌 내면의 성장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 절에서 스님들이 소유물을 적게 지니고 사는 이유는 단순히 욕심을 적게 지녀야 한다는 불교의 관습 때문만은 아니다. 깨달음이라는,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모든 덜 중요한 것을 최소화시키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속세에 사는 평범한 우리의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비우기 박스)에 넣어야 할 것
1. 기한 지난 것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욕실용품, 식품, 약, 학창 시절에 보던 백과사전과 전공서적, 날짜 지난 영수증, 신문, 잡지, 광고, 우편물, 보증기간 지난 보증서, 플로피 디스켓,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과거의 유물이나 유행 지난 옷과 가방.
2. 별 애정 없는 물건
있는지도 몰랐던 잡동사니, 로고 찍힌 기념품, 쇼핑백과 빈 상자, 비닐봉지, 각종 빈병과 용기, 식기, 속옷, 양말처럼 짝이 안 맞는 물건.
3. 여러 개 있는 물건
펜, 수첩, 지우개, 손톱깎이, 우산은 하나씩만 있어도 충분하다. 식기, 냄비, 프라이팬, 도마, 수저도 종류별로 하나씩. 옷과 가방, 액세서리도 중복된 스타일은 비워낸다.
4. 디지털화할 수 있는 물건
버리지 못하는 종이는 디지털화를 검토하고 스캔한다. 뒤에 나올 서류 줄이기를 참고할 수 있다. 애착 때문에 버리기 힘든 물건이 있다면 사진을 찍어서 추억만 남기고 물건은 비운다.
5. 1년 이상 쓰지 않은 물건
언젠가 쓸 것 같은 물건의 진실은, 지난 몇 년간 그 언젠가가 오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1년 또는 2년처럼 적당한 기준을 정해서 그 기간 동안 쓰지 않은 물건을 비워낸다. 지금은 꺼내지 않는 취미용품과 운동기구도 마찬가지.
-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시발 비용'이라는 신조어를 알게 됐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으로, 드러그 스토어나 쇼핑몰 등에서 홧김에 계획에 없던 물건을 사거나 평소 먹지 않는 치킨, 족발을 시키고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버스나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타는 등에 쓰는 돈을 뜻한다. 쉽게 말해 일 때문에 열받아서 '시x시x' 투덜거리며 쓰는 돈이 '시발 비용'이란다. 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성인의 80퍼센트가 화가 나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한 번은 모 패션 잡지에 직장인의 멘토로 참여해 비슷한 고민 사연을 받은 적이 있다.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다 보니 조금만 힘들면 택시를 타고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충동구매를 해서 매달 힘들게 번 월급이 통장을 스친다"라는 고민이었다.
과거에 나도 그랬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돈으로 푸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 당장은 마음이 진정되지만 다음 날이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써서 헛헛할 것이다. 더욱이 생각 없이 쓴 돈이 많아지면 늘 돈에 쪼들려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다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충동적으로 돈을 쓰고 통장 잔고가 비어 아등바등 일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사실 '시발 비용'을 없애는 근본적인 처방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즐거워서 쉽게 지치지도 않는다. 난관이 닥쳐도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다시 힘을 내 일을 한다. 그러나 이 사회에는 원치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악순환을 끊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원인을 제거한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는 원인은 일이 힘들거나 몸이 쉽게 지쳐서일 수 있다. 그럴 때는 업무 환경을 단순화해서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가방 무게를 덜어서 몸을 가볍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전자는 뒤에서 다룰 내용이고, 후자는 앞서 이야기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개선한 뒤 몸과 마음의 부담이 덜어져서 걸핏하면 택시를 타는 일이 줄었다. 쇼핑이나 폭식 등의 충동구매는 재정환경을 단순화해서 소비의 흐름을 끊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제대로 힐링하는 법, 즉 평범한 일상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익힌다.
이것을 알게 된 건 5년 반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힘들면 돈으로 풀었다. 길을 가다가 충동적으로 옷과 가방 따위를 사들이고, 집에 가면 피자와 과자, 치킨을 한꺼번에 사서 침대 위에 앉아 폭식했다. 그러면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다음 날이면 다시 괴로웠다. 남은 건 통장의 빈 잔고와 골골대는 몸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퇴근을 하면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물건을 줄인 직후였고 그날따라 주위 공기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문득 하늘이 보고 싶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광화문 빌딩 뒤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이 보였다.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전까진 힐링을 하려면 먼 곳으로 떠나거나 돈을 들여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행복이 언제라도 원하면 움켜잡으라는 듯이 바로 내 머리 위에 걸려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일몰을 좋아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힘든 날엔 해 질 무렵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서 일몰을 보면 마음의 위안이 됐다. 진짜 나를 위로해 주는 소중한 이상을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현재는 쇼핑도 거의 하지 않고, 극장이나 공연장도 분기별로 한두 번 간다. 해외여행은 안 간지 3년이 넘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걸 즐기거나 술자리에 자주 참석하는 편도 아니다. 남들이 볼 때 참 재미없게 사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쓸 돈이 부족하다거나 구두쇠라서는 아니다. 그저 주위에 이미 행복을 주는 것들이 많음을 알기에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면서 힐링하지 않아도 괜찮을 분이다.
<두 남자의 미니멀라이프>의 저자인 조슈아 필즈 밀번은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모두 공짜"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일몰을 보는 시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시간, 좋은 책을 읽는 시간 등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모두 공짜거나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를 만난다면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거나 도심의 공원이나 한강에서 서로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거나 둘레길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 족하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절에 가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한참을 잊었다가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이다. 내 마음에 집중하면 힘든 일에도 초연할 수 있는 평안함을 얻는다. 봉사를 하면 딱딱해진 마음이 포근해진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다.
요즘 시대는 뭐든 돈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짙다. 이건 소유와 편리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 행복을 찾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은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채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으로 하는 힐링은 행복의 지속기간이 짧은 반면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행복은 지속 기간이 길다. 물건을 사서 얻는 행복은 며칠 가지 않는다. 하나를 얻으면 곧 더 나은 것이 탐나기 때문이다. 먹거나 술 마시는 것 역시 그때만 행복할 분 다시 이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계속 무언가를 입에 넣어주여야 한다. 반면 만남, 산책, 일몰 보기, 종교, 봉사 같은 일상의 행복은 오랫동안 남는 데다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 우리는 무언가를 살 때 그만큼의 돈을 지불한다. 치르는 값이 높을수록 자신이 그만큼 나아짐으로써 행복해질 거란 믿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나은 차를 몰고 더 나은 가방을 들고 다니면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인다고 믿는다. 물건의 가격이 곧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떤 물건을 가격표에 붙여진 대로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 가격만큼의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다행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대개 싫어하는 일까지 억지로 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더 나은 물건을 산다고 해도 나아지는 건 없다. 빈 통장 잔고를 메우느라 피로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줄어든다.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일조차 미룰지도 모른다. 행복하려고 일해서 돈 벌고 소비하는 것인데 행복하지 않다.
- 그저 더 나은 것에 대한 욕심을 줄이면 과로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나는 물건을 줄인 뒤로 물욕이 줄었다. 물욕이 줄어드니 돈 들어갈 일이 별로 없다. 예전에 비해 생활비가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애써 절약하며 살거나 궁색하게 사는 건 아니다. 물건의 기준이 '나를 위한 건지 남을 위한 건지도 모호한 더 나은 것'에서 '현재 내게 가장 필요하고 행복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 이제 노동을 하는 이유는 소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할 여유를 얻기 위해서가 됐다. 지금 이 생활이 좋아서라도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갈망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물론 지금보다 더 나은 차와 스마트폰, 가방, 옷들의 유혹은 끊임없지만 그대마다 소비 유혹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비결이 있다. 물건의 가격을 노동하는 시간으로 다지고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물건이 일하면서 치르는 희생만큼 행복을 주지 않을 것 같다면 가치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한 달 가까이 힘들게 일하고 나서 월급을 탈탈 털어 명품 가방을 샀다고 생각해 보자. 1년간 열심히 일하고 나서 1년 연봉을 탈탈 털어 자동차를 샀다고 생각해 보자.
한 달 월급을 3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주 5일 하루 8시간 근로조건으로 노동량과 물건의 관계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가격은 월급 기준에서 설정했다.
- 300만 원짜리 가방을 사기 위해 일하는 시간은 22일(약 176시간)
- 3000만 원짜리 차를 사기 위해 일하는 시간은 220일(약 1760시간)
이 시간만큼 당신은 내내 행복했는가? 며칠은 볼 때마다 행복했지만 곧 더 나은 가방과 차를 보고 금세 그 마음이 시들해지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한 달 혹은 1년 내내 상사에게 모진 소리를 듣고 야근하며 일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꼭 비싼 물건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수시로 사들이는 옷, 가방, 생활용품, 고기, 외식 등의 품목별로 연간 총계를 낸 뒤 그 비용만큼 일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자.
- 집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집은 사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집, 진정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다. 물건의 집세를 내기 위해, 남의 시선 때문에 사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물건 때문에 집 크기를 늘린 것이라면 물건부터 줄인다. 물건이 적으면 작은 집에 살아도 전혀 좁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물건 많은 큰 집보다 물건 적은 작은 집이 훨씬 넓게 느껴진다.
남들의 시선도 거두자. '대한민국 평균' 30평대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돈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작은 집에서는 갚아야 할 돈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참으면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여유를 누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다.
작은 집에 만족하면 퇴직 불안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요즘엔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마흔만 되어도 퇴직 공포에 시달리는데 대출금만 없어도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다. 노후 불안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은퇴 전문가들은 노후 불안을 줄이는 방법으로 물건을 줄이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등 삶의 규모를 축소할 것을 권한다.
우리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키워야 할 것은 직장 내에서의 생존력만이 아니다. 직장 밖에서 현명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이다.
- 집안의 물건을 줄이면서 심플하게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건 소비'에서 '경험 소비'로 소비의 관점이 바뀐다. 특히 배움의 경험 소비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행동은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배움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나는 누군가 배움에 몇 백씩 투자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돈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반대인 듯하다. 돈이 많아서 배움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 투자했기 때문에 돈을 번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배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단지 성과적인 측면에서만은 아니다. 배움을 경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살고 싶은 노력이다.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소유냐 삶이냐>에서 '삶'의 의미를 무엇을 소유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기쁨에 찬 실존 양식으로 정의했다. 나는 소유냐 삶이냐 묻는 그의 물음에 '삶'이라고, 'YES'라고 당당히 답하고 싶다. 최신 디지털 기기와 화려한 핸드백을 소유한 누군가가 아닌 자유롭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나'가 되고 그렇게 기억되길 원한다.
- 우리가 건강을 반드시 챙겨야 하는 이유는 잃었을 때의 손실 때문만은 아니다. 건강은 업무 중의 생산성과도 깊은 연관이 깊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 연구에서는 직원 건강관리에 1달러를 투자했을 때 결근율 감소 및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로 3.6달러의 이익이 회사에 돌아온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건강 복지에 투자를 하고 있고 최근엔 국내 기업들도 따라 하는 추세다.
건강은 사회적 성공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카드 뉴스 <티타임즈>는 현대 상류계급은 과시적 소비(외식, 가구, 인테리어 제품, 가전제품, 의류, 시계, 보석, 차량 등)에는 돈을 쓰지 않는 대신 건강과 가치, 시간, 교육에 투자한다는 내용을 기사로 다뤘다.
- 법정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들이고 차지하고 한동안 시들해지면 내버리는, 그래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의 순환에서 될 수 있는 한 벗어나고 싶다. 끝없이 형성되고 심화되어야 할 창조적인 인간이 어찌 한낱 물건의 소비자로 전락될 수 있단 말인가."
- 자동화는 반복되는 잡일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불필요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 과거엔 게으름이 죄악처럼 평가됐지만 자동화 기술 덕분에 요새는 오히려 환영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빌 게이츠(Bill Gates)는 "나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게으른 사람에게 시킨다. 그들은 항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MBC <무한도전>을 보다가 혜민스님이 거절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스님은 "나도 거절한다. 부탁을 다 들어주다 내가 소진하면 다른 사람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착해야 하지만 나에게 먼저 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담되는 요구가 들어왔을 때는 'No'라는 선택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 현재 상태가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명백한 욕심이다.
- 퇴사 후, 나는 한동안 개처럼 살았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먹고 자고 잠에서 깨면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 동네 강아지처럼 아주 단순하게 살았다는 의미다. 일을 하지 않으니 밖에 나갈 일이 적기도 했고 그간의 삶에 지쳐서 의도적으로 나를 바닥까지 비우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이런 느긋한 삶은 일곱 살 이후로 처음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일이 많아서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었다. 평일 저녁과 쉬는 날에도 항상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내 삶은 365일 스케줄로 빽빽했다. 일정이 없는 날에는 TV나 스마트폰을 보고 살았다.
그러나 1년간 개 같은(?) 삶을 살면서 그동안 내가 몰랐던 인생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하고 싶어서 해왔거나 욕망했거나 꼭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들 중에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하지 않으면 더 좋은 일들이었다.
'유행 따라 좋은 옷과 가방을 사들이는 것', '맛집을 다니는 것',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 'SNS를 하는 것'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 별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이것들을 하지 않는 시간에 자연, 가족과 함께 하면서 더 행복했다.
그동안의 삶이 괴롭고 발전이 없던 이유를 알게 됐다. 그것은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이 사적인 취미이든 직장 내의 일이든 간에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을 습관적으로 하면서 끊임없이 시간, 돈,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낭비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했지 때문이었다.
- <하지 않을 리스트>의 저자인 파(pha)는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의 99퍼센트는 실은 딱히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정말로 나의 행복에 필요한 일인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실제로 성공하거나 행복한 사람 중 상당수는 평범한 우리처럼 여러 가지를 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철저히 하지 않고, 남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어볼까? 2017년 출간된 <비커밍 스티브 잡스>에 따르면 생전의 그는 평생 일과 가족, 몇 명의 친구 외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콘퍼런스 같은 데 자주 참석하지도 않았고, 아무 사람이나 만나 어울리지도 않았고, 그 외에 번거로운 일도 만들지 않았다. 그가 제품 라인 등 일의 모든 영역을 단순화하면서 했던 말은 유명하다.
"나는 내가 한 일만큼이나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혁신이란 1000가지의 생각을 거절하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쇼핑 사이트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 회장은 한 토론회에서 경영철학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선배가 수년 전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세 가지를 늘 고민하라고 했다. '너는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버릴 것인가'가 그것이다. 누구라도 일생 동안 가져야 할 고민이다."
- 이제는 '할 일 리스트'를 줄이고 대신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써보자.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수시로 들여다봐도 좋다.
- 사람을 많이 알면 알수록 내 가치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행복과 성공에도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일 때문에 고민도 많고 마음이 힘들어서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던 어떤 날, 연락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편하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한 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서글퍼졌다.
문득, 연락처에 저장한 관계가 집에 있는 물건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보였다. 만날 생각도 없으면서 과거에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저장한 관계,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저장했지만 불확실한 미래의 관계. 이런 관계는 지금은 쓰지 않으면서 방치한 물건과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는 물건과 비슷했다.
생각해 보면 이전에도 나는 많은 관계 속에서도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탐나는 신상 물건을 사들이듯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만 늘리느라 정작 가장 중요하거나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던 거였다. 그러느라 일적으로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고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졌다.
나는 내게 진짜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찾기 위해 관계를 줄였다. 휴대전화 연락처가 60명에서 40명으로 줄고, 지금은 단 20명만 저장돼 있다.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니 연락처가 스크롤 한 번이면 다 보여서 현재의 내게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거듭 생각한다. 일적으로는 중요한 인맥을 더 잘 챙길 수 있고 사적으로는 보고 싶은 사람만 볼 수 있어서 좋다.
- 우리는 때로 인맥을 마치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보험처럼 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보험이 아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해준 게 없으면서 보험금만 타 먹으려고 들면 그 인맥이 지속될 리 없다. 혹여 먼저 도움을 줬다고 하더라도 빚 받아낼 때를 기다리며 관계를 유지하는 인생은 외롭고 씁쓸한 것이다.
현재의 진짜 인맥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은 휴대전화의 연락처를 분리하는 일이다. 중요한 연락처와 그렇지 않은 연락처를 따로 분리해서 저장하면 관계에 우선순위를 지정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연락처 분리를 위해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사용한다. 종이 명함을 스캔하면 자동으로 정확하게 저장되며 휴대전화와 앱 간에 연락처가 쉽게 이동된다.
- 언젠가 관계에 대한 강연을 할 때 20~60대 수강생들에게 휴대전화에 몇 명의 인맥이 저장되어 있는지를 물었다. 연세가 좀 있으신 몇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명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몇 달에 한 번이라도 연락하는 인맥이 10퍼센트 이상 되는 분 손들어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들지 않았다. 10퍼센트 이내로 질문을 바꿨더니 거의 다 손을 들었다.
결국 살면서 챙길 수 있는 인맥의 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말이다. 할 일뿐 아니라 관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다.
- 법구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만약 자기보다 더 지혜로운 혹은 동등한 수준의 벗을 구하지 못하거든 차라리 굳게 결심하고 홀로 수행하라. 어리석은 자와는 수행의 벗이 될 수 없다."
이기적이거나 남 얘기하는 데만 인생을 허비하며 사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내 인생도 괴로워진다.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사랑하고 좋은 것만 보고 느낄 시간도 많지 않은 인생이다. 힘든 사람과는 삶의 벗도 비즈니스의 벗도 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먼저,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비운다. 괜히 만났다가 집으로 돌아와 혼자 욕하느니 만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도 인성이 부족하다면 관계 맺지 않는다. 일할 때 자기가 얻을 것만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못 얻으면 남에게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다. 도움 될 인맥 같아서 무턱대고 관계를 맺으면 도움은커녕 스트레스만 받는다. 요새는 특히 지식은 많아도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세 번 정도 이런 뼈아픈 경험을 하고 나서 내가 사람을 겉보기로 판단한 속물이었음을 반성해야 했다. 그다음부터는 지식, 경력, 유명세, 학벌, 지위, 회사 등의 외적인 조건을 빼고 그 사람 자체만을 본다. 인성이 별로인 사람과 만나면 당장이든 나중이든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누군가와 오래 알았다고 해서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공감 없이 각자 자기 할 말만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 차라리 집에서 책이나 읽을걸' 하는 공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관계는 상대가 불러도 핑계를 대고서라도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 알고 지낸 기간이 우정과 신뢰의 기간과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남겨야 할까. 나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말과 행동에 신중하고, 베풀고 배려하며,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내적으로 외적으로 함께 성장하게 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이런 사람들을 얻으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형편없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과 어울릴 순 없는 법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말을 줄이되 많이 듣고, 타인을 배려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 자신의 인격을 인터넷에 지나치게 쏟아부은 사람들은 이제 그것 없이는 하나의 온전한 개인으로 생존할 수 없다 - 마크 A. 레이너 미국의 극작가
- 인맥관리의 하수는 무조건 수를 늘리고, 중수는 필요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상수는 타인을 찾아오게 만든다.
-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남에게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타인의 호감을 얻으려 애쓰는 건 그들에게 끌려 다니는 삶이지 내 인생이 아니다. 당연히 일도 주체적으로 할 수 없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리가 이상적인 삶을 살려면 남의 평가에서 벗어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박찬국 교수는 저서 <초인 수업>에서 주체성에 대한 니체의 철학을 이렇게 풀어낸다.
"우리가 남의 평가에 민감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다.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는 자기 자신을 주체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 노예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주인뿐이기 때문이다. 노에는 주인이 잘했다고 칭찬하면 기뻐하고 못했다고 지적하면 슬퍼한다."
유쾌하지 않은 말이지만 부인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남이 아닌 '나'이다. 누구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눈과 귀 닫고 일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일을 통해 인생에서 어떤 행복을 얻고자 하는가??', '지금 내가 해야 할 가장 주요한 일은 무엇인가?', '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어야 하는가?'와 같은 우리가 일을 하는 참된 이유, 즉 '일의 본질'에 신경 쓰면서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이미 있음을 과거와 미래가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를 벗은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일은 되돌릴 수가 없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시간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리라. 남을 미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상대방은 여전히 잘 살고 자신만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그것도 보기조차 싫은 사람을 매일 떠올리면서 인생을 낭비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마찬가지로 미래를 걱정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미국의 은퇴 전문가 어니 J. 젤리스키는 저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 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것이고, 30 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 퍼센트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것이고, 4 퍼센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고작 4 퍼센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그러나 4 퍼센트의 일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 역시 쓸데없긴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일을 제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 화, 짜증, 원망 같은 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와서 괴로웠던 나는 과거의 나를 바닥까지 싹 비우고 새로운 나로 리셋 하고 싶었다. 이때 절간에 며칠씩 머물면서 걱정의 습관에서 벗어나는 불교식 방법을 몇 가시 경험했는데, 내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인간의 본성인 것인지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으나 그 지속성이 짧아지면서 스트레스가 줄고 긍정적인 생각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첫 번째 방법은 '방 정리'다.
절간의 아침은 고요한 가운데 분주하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눕고 잔 침구를 각 맞춰서 깔끔하게 개어 이불장에 넣어놓고, 아침 예불 뒤에는 빗자루와 걸레로 방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쓸고 닦는다.
나는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개어 넣고 바닥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먼지가 쓸릴수록 마음의 먼지도 슬리는 느낌이 들어 상쾌해진다.
어떤 때는 귀찮아서 방 정리를 빼먹기도 하는데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하루는 완전히 다르다. 정리를 한 날은 깨끗하게 비워진 빈 방을 보고 하루를 시작해서인지 머릿속도 정리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날 할 일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정리하지 않은 날은 마냥 게을러져서 일을 못 끝낼 때가 많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해질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싶을 때는 방부터 깨끗이 한다. ........
두 번째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이란 지금 상태의 알아차림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불교식 훈련 방법이다. 걱정, 불안, 망상 등 하루 종일 했던 부정적인 생각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루의 상당 부분을 발전적인 생각을 하는 데 쓸 수 있다. ........
특히 도움 되는 것은 걷기 명상이다. 미세먼지가 나쁜 날만 아니라면 새벽마다 30분씩 집 주변을 산책한다. 아름다운 나무와 꽃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잡생각이 줄고 에너지를 얻는다. 맑은 공기가 답답했던 내 속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분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하루 내내 기분이 상쾌하다. ............
세 번째 방법은 '몸을 바쁘게 하는 것'이다.
절에서는 울력이라는 걸 한다. 울력이란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모자란 일손을 도와주는 것인데 다 함께 모여서 식재료 다듬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루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는 바쁜 상태에서는 별생각 없이 남이 하는 대로 쫓다가 진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 과학적으로도 멍 때리기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중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은 멍 때릴 때의 뇌 활동사진을 MRI와 PET(양전자 단층촬영) 기법으로 촬영한 결과, 아무것도 안 할 때 뇌에서 유난히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명명했다. 이 부위는 자아 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을 지원하는 두뇌 회로라고 한다.
즉, 멍 때리기는 머릿속을 비움으로써 생각을 재정비하는 창조의 시간이다.
- 조련사들이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코끼리가 새끼일 때부터 기둥에 발을 묶어놓는 것이다. 힘이 약한 새끼 코끼리는 기둥을 뽑으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실패한다. 이후 충분히 기둥을 뽑을 수 있는 성인 코끼리로 성장해서도 뽑으려고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다고 믿어서다.
어떤 면에서 우리의 일이 코끼리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해낼 능력이 있는데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고 괴로운 현실에 안주한다는 점에서다. 할 수 없다는 믿음이 마음에 굳게 박힌 상태에서 원하는 일을 미룬다.
코끼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기둥이라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부족한 돈, 시간, 경험 등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느냐 붙박이느냐의 차이를 만드는 건 그 조건들이 아니다. '할 수 없다'라는 마음이다.
- 첫 번째, 준비가 덜 되어서 못한다는 마음을 버린다.
백날 준비만 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준비보다 실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변에서 미래에 대비해 미리미리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따놓은 많은 자격증을 하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보았다.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당장 써먹는 일이다.
두 번째, 없어서 못한다는 마음을 버린다.
부족한 돈도 시간도 경험도 일단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현실적인 조건은 필요하겠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하고 싶은 건 있는데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서 시작조차 못하겠다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처럼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시작하면 된다. 시간이 없다면 잡일을 줄여서 여유를 만들면 되고, 경험이 적다면 책, 강의, 인터넷, 사람에게 배우면 된다.
세 번째,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못한다는 마음을 버린다.
할 일이 많아서 부담이 되면 쪼개서 하나부터 시작한다. 책 한 권을 쓰려고 해도 A4 두 장 분량의 글 한 편부터 쓰는 법이다. 이 두 장을 쓰고 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또한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는 게 아니라 엉성하게라도 책 분량만큼의 초고를 다 쓰고 나서 원고를 다듬는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니멀리스트 붓다의 정리 법 (레기나 퇴터 저 / 출판사 생각의 날개) (0) | 2021.05.27 |
---|---|
천 개의 밤, 어제의 달 (가쿠타 미츠요 저 / 출판사 티라미수더북) (0) | 2021.05.20 |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저 / 출판사 아날로그) (0) | 2021.05.16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저 / 출판사 메이븐) (0) | 2021.05.14 |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악아 저 / 출판사 봄름) (0) | 2021.05.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