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미니어처에 쓸쓸한 죽음 그 뒤편의 이야기를 담아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는 <시간이 멈춘 방>. 미니어처로 고독사 문제를 환기하면서, 죽음의 현장을 둘러싸고 작가가 마주했던 이야기들을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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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자택에서 사망한 이가 사후 상당한 날짜가 경과한 뒤 발견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일본의 경우 연간 약 3만 명이 고독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10년 사이 TV나 잡지에서 사회문제로 자주 다루면서 모두에게 익숙해진 단어다. 그런데 나는 고독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병원이나 시설 등이 아니라 내가 살던 익숙한 내 집에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택사'나 '자연사'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요컨대 고독사가 나쁜 것이 아니라 발견되기까지의 기간이 문제다.
- 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물건이 되고, 돈이 되어 버리는 걸까?
- 고인의 인생이 결코 불행하거나 고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은 고독사였을지 모르나, 행복하게 활짝 웃는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방에 남은 고인의 물건, 추억이 가득한 소품이나 사진을 보면 살아생전 몹시 행복했음을 알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지금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도 언젠가 당신의 삶을 누군가에게 말해 줄지 모른다.
- 눈 감는 순간 고인의 뇌리에 스친 생각이 궁금하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그 순간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고독사 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
- 부모님은 두 달 전 이혼을 전제로 별거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날은 우연히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나러 간 날이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바닥에 아버지가 쓰러져 있어 구급차를 불렀다고 했다.
우리가 애타게 아버지를 불렀을 때,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잠시 뒤 심장이 멎었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당신 갈 길에만 몰두했던 아버지는 그렇게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나는 줄곧 아버지를 미워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도 몸싸움이었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 사이였지만, 나는 그날 내 안에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이었다. 생전에 아버지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눴더라면, 아버지를 피하지 않았더라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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