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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장명숙 저 / 출판사 김영사)

by hyeranKIM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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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85054&start=pnaver_02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완고한 고집보다 유연한 소신을 가진 밀라논나의 인생 내공을 담은 에세이다.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이”

www.aladin.co.kr

 

- 나는 1952년생 장명숙이다.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나 일흔 살 언저리에 유튜버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설레고 저녁에 몸을 누이면 '오늘 난 잘 살았나?' 되돌아보고 '내일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 기대하곤 한다.

 

- 이 나이가 되니 곳곳에서 '사는 게 뭘까?'라고 묻는다. 사는 게 뭐 별것일까. 태어나졌으면 열심히 사는 거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살면 좋고, 내 몫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두지 말고. 인생의 고비마다 되풀이하던 말이 있다.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늘 발을 동동 구르며 살았던 지난날, 힘들 때마다 외웠던 구상의 시 <꽃자리>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가시밭길이어도, 어느 날 돌이켜보면 꽃길 같겠지.'

 

- 무엇보다 나를 위해 산다는 대명제를 세우라고. 나의 자식, 나의 남편 앞에 '나'라는 한 음절이 붙는 건, 내가 존재해야 자식도 남편도 있다는 뜻이라고. 내가 없어지면 나의 우주도 멸망한다고.

조물주가 나를 만드신 뜻이 분명히 있을 텐데, 죽었다! 생각하고 도리어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라고. 그 의미를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분명 희미한 빛이 나타나고 터널의 끝이 보일 거라고.

자신을 들볶지 말고 내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라고. 그러려면 자신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요구부터 먼저 알아차려서 들어주어야 한다고.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게 된다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자신의 몫이라고.

실패해도 창피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도전한 자신을 칭찬해 주라고. 쓸데없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내 어깨에 온갖 궂은일이 얹히게 되는 법이라고.

어려운 청탁을 받으면 자신의 능력으로 가능한지 냉정히 판단하고, 불가능할 때는 담담하고 공손한 태도로 "내 능력 밖이라 호언장담하다가 실수할지 모르니 좋은 관계를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 거절하겠습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해야 한다고.

자식과도, 남편과도, 시댁과의 관계에도 다 이런 방법을 대입하라고. 처음에는 섭섭해할지 모르지만 그런 관계야말로 가치 있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어떤 관계든 내가 선한 의지를 갖고 행동하면 결국 나쁘게 꼬이지는 않는다고.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내 마음부터 따뜻하게 달래주고 품어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라고. 힘에 겨워 넘어지면 넘어진 채로 잠시 쉬어가고, 주변 산천경개도 구경하며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 "남이 보더라도..."

이 소리를 들으면 나는 핏대를 올리게 된다. 내가 이 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도 남편은 이번에도 또 '그 소리'를 하며 약을 올리니 견딜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소리'에 마침표를 찍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전의를 다지고 선전포고를 했다.

"남이 보는 게 뭐가 중요한데?"

"왜 내가 남을 의식해야 하는데?"

"왜 내가 남하고 똑같아야 하는데?"

"남이 내 인생을 살아줘?"

"내가 아플 때 남이 같이 아파해줘?"

"내가 배고플 때 남이 나에게 밥을 줘?"

"그 대단한 남이 나에게 뭘 해줬는데?"

"왜 내가 남의 눈치부터 봐야 하는데?"

그 대단한 남 때문에 내가 당했고 겪어내야 했던 분노를 쏟아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나의 사고, 나의 행동을 왜 남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가! 이것이 분노의 근원이었다.

 

-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알맹이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남이 보더라도 괜찮은 삶보다 내가 보더라도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발 엄친아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권유한다. '엄마 친구 아들'은 말 그대로 엄마 친구 아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내 자식을 왜 남의 자식과 비교해서 초라하게 만드는가.

"엄마 친구 아들은 말이야"라는 말로 자식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기 전에 그 아이의 엄마가 어떤 환경에서 자식을 키우는지, 어떤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지 관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자식을 내 친구 자식과 비교하기 전에 나부터 내 친구와 비교해 보자! 사실 비교할 가치가 없다. 그는 그이고 나는 나니까. 내 자식이 나를 향해 "내 친구 엄마는..." 하며 다른 친구 엄마를 부러워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양육자의 자존감이 바닥난 상태라면 결국 자신의 펴 양육자를 타인의 자식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비교하는 순간, 시샘과 부러움과 질투심이 생겨 마음은 지옥이 되고 불행의 가시밭길이 펼쳐진다.

세상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함이 있다. 각자의 고유함을 인정해 줄 때 자존감이 형성된다. 내가 존중받으며 성장할 때 타인도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나는 엄친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 모든 양육자여, 펴 양육자의 자존감을 지키고 키울 수 있는 호칭을 쓰자' 이렇게 쓰인 피켓을 들고 '엄친아 부르기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 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저자 빅터 프랭클은 극한 상황에서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빼앗겨도 자유만은 빼앗기지 않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자유는 이토록 소중하다.

 

-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부모를 선택하는 일, 국적을 선택하는 일... 우리는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거의 선택할 수 없다. 죽는 날을 선택하는 것도 그러하다.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있을 수 있고, 이민을 떠나 귀화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애초에 태어난 국적은 어찌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부유한 나라의 국적을 갖고 태어나 세계 어디를 가나 대접을 받고 누군가는 가난한 나라의 일원으로 태어나 지구촌 곳곳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다. 작은 고무보트 한 척에 생사를 걸고 유럽으로 건너와 구걸 행각을 벌이는 난민을 볼 때는 대상이 없는 분노가 올라온 나머지 무력감마저 든다. 누구나 이런 삶을 선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피부색도, 부모도, 국적도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존재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싶어 목숨을 건 선택을 한 모습에는 경외심까지 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내가 가진 몇 푼으로 도와주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받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골라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 늦게라도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삶이 소중해요."

 

- 말이 봉사지, 사실 봉사가 아니라 취미였다. 봉사는 남을 위해 노력하는 행위 아닌가. 그런데 나는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기보다는 내 스스로 시간을 정해놓고 순전히 내가 좋아서 보육기관을 찾았다. 그러니 봉사보다 취미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갈 때 즐겁고, 가서 즐겁고, 돌아올 때 즐거우니, 이런 멋진 취미가 또 어디 있을까. 25년 가까이 베풀며 살고자 노력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나는 참 철딱서니 없는 어른이었다는 것.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어린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갖고 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직접 목격하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더 선명해졌다.

 

-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그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어르신들이여,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들과 할 이야기가 없으면 차라리 날씨 이야기를 하세요. 아니면 장점을 찾아서 칭찬 멘트를 날리세요.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이나 해주세요. 책임져주실 거 아니잖아요. 그들의 몫을 나눠서 도와주실 거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직시하세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삶의 모습이 다양해요. 예전의 정서로 한 말씀하고 싶은 거 제발 참으세요.

왜 굳이 정해진 틀에 모든 젊은이를 끼워 넣으려고 하세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불행해질 텐데, 그들에게 불행을 강요하지 마세요. 편하게 살게 두세요.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 풀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줍시다. 경계선을 잘 파악하시고 선을 넘지 않을 때 어른 소리를 듣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어른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래요.

 

- 아버지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선한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자신의 몫이다."

"진정한 용기는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회피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발끈하며 반응하지 말고, 사태 판단을 지혜롭게 한 뒤 대응하는 게 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처초연(자신에게 붙잡히지 않고 초연하게 지낸다는 의미) 하며 자신의 삶의 중심에 둬라."

"생활이 어려운 이웃은 꼭 보살펴줘라."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돈이 사람을 쫓아오게 해야지, 사람이 돈을 쫓아가면 치사해진다."

"인간의 가장 귀한 가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어떠한 부정적인 경험도 자기가 어떻게 승화하느냐에 따라 치욕의 과거가 될 수도 있고, 빛나는 월계관이 될 수도 있다."

 

- 25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 어떤 돈은 시류에 휩쓸려 쉽게 사라지지만 어떤 돈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껴 모은 돈으로 누군가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 봉사로 충만해지는 내 삶이 나는 참 좋다.

 

- 골프 대신 내가 찾은 일은 봉사하기였다. 골프장에서 하루 만에 모두 쓰게 될 만큼의 비용으로 관심이 고픈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었고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해 증오의 기억을 떨치지 못해 끊임없이 면도 칼로 자해를 감행한 소녀를 보며 그 아이의 손목에 새겨진 송충이 같은 흔적을 지워주기도 했다. 호화로운 외식을 줄인 비용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아 영혼에 구멍이 난 어린이가 치유받을 수 있도록 상담 심리 비용을 보탰다. 가능한 한 내게 투자하지 않고 절제하며 모은 비용으로 구순구개열로 태어난 아이의 수술도 지원했다. 수술 뒤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의 희열이 어찌 고급 옷을 입는 즐거움에 비길 수 있을까.

 

- 기성세대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이야기하며 젊은이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했던 노력을 그들에게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알아서 갈 것이다. 대신 통찰력, 포용력, 예견력, 측은지심 같은 능력을 배양하는 데 기성세대 스스로가 먼저 집중하면 어떤가.

언제든지 젊은이들이 아쉬운 게 있어 손을 내밀 때 아무 말 없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꼰대라는 말 대신 어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장유유서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계승했으면 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의미로 이 말이 사용된다면 구시대적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본보기가 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이를 자신도 기꺼이 따르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위계질서가 완고하면 사회는 경직되고 위계질서가 파괴되면 사회는 무너질 것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존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존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덕목이니까.

 

- 은행원이셨던 친정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경제관념에 대해서 누차 강조하셨다.

"1천 원을 벌어 1천2백 원을 쓰면 항상 적자 인생이지만 1천 원을 벌어 8백 원을 쓰면 항상 흑자 인생이다."

"한 번 살림 규모를 늘리면 줄이기가 힘들다. 항상 저축하며 검박하게 살아야 노후가 비참해지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약자에게 야비하게 굴고 강자에게 비굴하기보다, 정정당당 능력껏 벌어서 분수껏 살아야 한다. 그렇게 아껴서 비축해놓는 게 현명한 거다."

이 가르침이 진정한 자유로 이끈다는 걸 이제야 체감한다.

 

- 물건을 정리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치매 예방법을 공부하면서부터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규칙적이고 단순하게 살며 즐거운 자극을 수시로 받으면서 많이 움직일 것, 그리고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은 털어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게 정리돼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인데 정리가 바로 치매 예방법 중에 하나라니, 얼마나 나에게 딱 맞는 비법인가! 서서히 집 안 구석구석에서부터 인간관계까지 정리를 시작했다. 있는 것을 비워내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인생의 정리. 먼저 부엌 살림살이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노년에 입을 수 없는 옷도, 관절에 천적인 높은 구두도, 쓸모없는 가구도 정리했다.

그다음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사람도, 불쾌함을 남기는 관계도, 매번 같은 주제만 반복하는 모임도 정리했다. 정리하고 나니 그때부턴 시간을 내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무언가 배울 게 있고 본받을 게 있는 인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복잡하게 나를 얽매던 인연들도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게 은밀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정리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꼬맹이들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삶의 태도도 정리했다. 일을 벌이고 처리하는 걸 즐기는 습관도, 나를 망가뜨리는 자세도, 나를 섭섭하게 했던 대상에 대한 괘씸한 감정도 정리했다. 이렇게 물건, 인간관계, 삶의 태도 등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정리하니 삶이 단순 명료해졌다. 나름 기준을 세워 정리하고 나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나 또한 모든 걸 정리한다고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가끔씩 버리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쌓아두고 소유하려고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럴 땐 내 삶의 유효 기간을 어림잡으며 집착하지 않으려 나를 설득한다. 비우자고... 텅 빈 충만을 만끽하자고.

 

- 내가 입었을 때 정서가 안정되고 나를 구속하거나 긴장시키지 않는 옷. 요란하지 않아서 액세서리나 스카프와 잘 어울리는 옷. 기본 라인만 갖춰 몇십 년이 지나도 입을 수 있는 옷. 한 벌로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옷. 현란한 패턴보다 단색, 기왕이면 무색채 종류의 옷.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 격의 없는 친구 같은 옷.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옷 들이다.

 

-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조촐하다'

아담하고, 깨끗하고, 행동이 난자하지 않고, 깔끔하고, 얌전하다는 뜻이겠다.

황금 깔린 길이 아니라 자연의 냄새가 나는 길이 내가 추구하는 길이다. 복잡하고 호화로운 삶이 아니라 단순하되 맵시 있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 트렌드가 아무 의미 없어질 때 진짜 멋쟁이가 된다.

이탈리아가 낳은 불세출한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의상 철학을 되새겨본다.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부지런히 돌보는 사람은 안팎이 건강하기 때문에 타인이 돌봐줄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돌보는 데 소홀한 사람은 안팎의 건강을 잃어 결국 타인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나는 건강한 차림새가 좋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라 취향, 안목, 교양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좋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드는 옷차림이 좋다. 이것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궁금해하는 '옷 잘 입는' 기준이 아닐까.

 

- 장기기증 등록을 한 뒤, 수혜자들에게 건강한 장기를 줄 수 있게 기왕이면 너무 오래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다소 가벼워졌다.

언제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최대한 깔끔하게 이 생을 끝내고 싶다. 그렇게 나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기를. 충만한 기쁨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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