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월, 예전부터 짝꿍이 가보고 싶다던 프랑스 식당 랑빠스81을 급작스럽게 가게 됐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워 예약을 하려 해도 주말에는 금방 예약이 꽉 차서 방문이 어려웠었다. 저녁 7시 30분이 마지막 예약 가능 시간이고 그 이후로는 방문했을 때 자리가 있으면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여 몇 번 8시쯤 방문을 했었으나 실패! 연남동 근처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요일 저녁 8시쯤 갔는데 이게 웬걸 자리가 널널한게 아닌가! 아마도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자리도 창가 좌석으로 안내를 받아 아직 식전인데도 노래가 절로 나왔다.
랑빠스81은 1층(2층처럼 보이는 1층)에 위치해있다. 지하 1층에는(반지하)에는 랑빠스에서 운영하는 샤퀴테리 스토어가 있는데 '사퀴테리'라는 돼지, 가금류, 수렵육, 양, 소의 고기와 부속 및 내장 등을 이용해 만드는 가공식품을 판매한다. 내가 좋아하는 하몽, 초리소, 살치촌, 로모, 푸에트, 파테와 같은 것들을 판다.
랑빠스81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0길 17-1 101호 (동교동 149-11)
전화번호: 070-7779-8181
영업시간:매일 12:00~24:00 (Break time 14:30~17:00)
기타 사항: 예약 가능, 단체석 있음
메뉴:
랑빠스 81은 요즘 핫한 연남동에 위치해있다. 홍대입구역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고 주변에 괜찮은 카페들도 많아서 후식은 랑빠스가 아닌 그 주변에 있는 디저트 카페에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내부는 겉에서 봤을 때보다 공간이 꽤 넓었다. 공간은 두 곳으로 나뉘었는데 우리는 운이 좋게 입구 쪽 창가로 안내받았다.
열심히 블로그를 위해 메뉴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내 블로그의 1등 공신인 짝꿍이 연신 찍어줬다. 저렇게 찍다가 간혹 짝꿍이 나의 엽사를 건지기도 하는데 그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그 엽사를 보며 예쁘지 않냐고 나에게 묻는다. 혹시 다른 사람한테 그 사진을 자랑삼아 보여주기라도 할까 봐 두렵기만 한 나는 짝꿍이 방심한 틈을 타 지워버리곤 한다. 하지만 철저한 짝꿍은 백업을 수도 없이 많은 곳에 해놔서 지워도 지워도 어딘가에 나의 흑 역사가 계속 남아있다. 그래서 이젠 찍거나 말거나 내버려 둔다.
프랑스에 오래 살았던 짝꿍이 이 물병을 보니 프랑스 생각이 난다고 여기가 진정 프랑스 식당 맞구나 하며 좋아했다. 프랑스에서는 대부분 식당에서도 수돗물을 이런 병에 받아서 제공한다고 한다. 짝꿍의 나라 스페인만 해도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갔던 지역들은 프랑스와 달리 대부분 식당에서 생수를 사 마셔야 했다.
식전에 나온 빵과 무염버터. 보통은 살짝 짭짤한 버터가 나오곤 하는데 여기는 무염버터를 제공해주더라.
시작은 가볍게 파테! 나를 제외한 짝꿍의 가족들은 푸아그라 왕팬이라 크리스마스 연휴 식단에 푸아그라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나는 이미 메인 요리를 내가 먹고 싶은 것들로 정했기 때문에 짝꿍에게 먹고 싶은 메뉴 중에 아무거나 골라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나를 배려해 푸아그라가 아닌 파테 중에서도 호불호가 없다는 '파테 드 캉파뉴'를 주문했다. 파테도 종료가 여러 가지인데 우리가 주문한 '파테 드 캉파뉴'는 주재료가 돼지고기와 채소라서 한국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먹기 좋다. 파테(pâté)는 페이스트리 반죽으로 만든 파이 크러스트에 고기, 생선, 채소 등을 갈아 만든 소를 채운 후 오븐에 구운 프랑스 요리인데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인 나에게는 숙성시킨 햄을 으깨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파테를 곡물빵에 잼이나 버터처럼 발라서 먹으면 된다. 여기에 피클을 올려 같이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줘서 좋다. 여기 피클은 시지 않고 살짝 달달하면서 신맛이 났다.
프랑스 음식을 그리워하던 짝꿍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신 맛있다고 파테를 먹어치웠다.
원래 나는 '올리브는 왜 먹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올리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리브를 사랑하는 짝꿍 덕분에 자꾸 먹다 보니 익숙해져서인지 스페인에 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올리브를 어떻게 하면 안 깨지게 차곡차곡 잘 쌓아서 가져올까 궁리하고 있더라.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무섭다.
그래서 자연스레 사이드 메뉴로 올리브를 주문한 나는 올리브 초보인 주제에 올리브 맛이 어떤지 평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방정맞은 입을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었다.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너무 많아서 고민 또 고민을 하다 고른 메인 메뉴! 'Confit de canard' (장시간 부드럽게 조리한 오리 다리 콩피와 뽐므파이아송, 그린페퍼소스)와 'Porc aux pruneaux' (건자두를 넣어 구운 돼지 삼겹살과 주키니 호박 그라탕)이 파테를 먹어치우자마자 나왔다. 양이 이게 뭔가 싶지만 절대 네버 적지 않다. 대식가인 나는 파테를 보고 코웃음을 쳤지만 먹어보니 굉장히 금새 배를 부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음식이었다.
사실 나는 오리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Porc aux pruneaux'을 먼저 먹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비계의 부드러움과 쫄깃한 맛을 둘 다 잘 살려낸 삼겹살이었다. 나에게는 그저 잘 구운 삼겹살 덩어리로 보일뿐...! 나는 구운 돼지고기보다 옆에 곁들여져 나온 주키니 호박 그라탕이 더 맛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호박이 들어간 오믈렛인가 싶었는데 입속에 넣는 순간 너무 부드러워서 금새 사라졌다. 부드러운 계란 속에 식감이 살아있는 야채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러고 나서 먹어본 'Confit de canard'. 너무나 부드러운 오리고기가 함께 나온 소스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것도 'Porc aux pruneaux'와 마찬가지로 곁들여져 나온 감자전(?)이 너무 맛있었다. 오리고기 밑에 감자전(?) 같은 게 있었는데 맛은 감자전과 굉장히 흡사했는데 식감이 좀 더 바삭했다.
메인 요리 두 가지를 먹고 나니 나는 도저히 배가 불러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짝꿍이 여기서 꼭 먹어야 하는 디저트가 있다고 해서 그럼 한 개만 주문하자고 타협해서 주문했다. 우리나라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과 타르트! 내 입맛에는 퍽퍽한 도우에 절인사과를 넣은 파이 같아서 별로 먹지도 못하겠더구먼 짝꿍은 뭐가 그렇게 맛있는지 그걸 또 뚝딱 다 해치웠다. 짝꿍이 본인 어머니가 만든 사과파이가 더 맛있긴 하지만 일반 베이커리나 카페에 가도 찾아보기 어려운 메뉴이니 먹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밑바닥까지 싹싹 다 긁어먹었다.
저렴한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웬만한 다른 프랑스 음식점들보다는 저렴하면서 맛도 좋다. 미슐랭이나 블루리본서베이에 나왔다는 식당들이 다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꾸준히 두 곳 모두에서 인정받았다는 건 그만큼 맛이 보장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 사심 없이 순수하게 제 돈 주고 먹은 후기입니다
※ 방문일을 기준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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